체중은 정상인데, 왜 혈압과 혈당은 빨간불일까요?
건강검진을 받고 나서 "체중은 정상 범위인데 혈압이 높네요", "혈당 수치가 걱정되네요"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체중계 숫자도 괜찮고, 흔히 쓰는 체질량지수(BMI, 키와 몸무게로 계산하는 비만 지표)도 정상인데 막상 혈압약이나 혈당약을 먹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최근 중국 베이징의 한 지역사회 병원에서 65세 이상 노인 32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가 이 궁금증에 꽤 구체적인 답을 내놓았습니다.
이 연구는 단순히 몸무게가 아니라, 몸 안에 근육이 얼마나 있는지, 지방이 어디에 얼마나 쌓여 있는지를 정밀하게 측정해서 고혈압·이상지질혈증(혈중 콜레스테롤·중성지방이 기준치를 넘는 상태)·당뇨병과의 관계를 살펴봤습니다.
왜 체중계 숫자만으로는 알 수 없는 위험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위험이 실제로 누구에게, 어떻게 더 크게 나타나는지까지 하나씩 짚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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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비만'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 체중계가 숨기는 진실
먼저 왜 체중이나 BMI만으로는 건강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BMI는 키와 몸무게 숫자만 가지고 계산하는 지표라서, 그 몸무게가 근육으로 이루어진 것인지 지방으로 이루어진 것인지는 전혀 구분하지 못합니다.
쉽게 말해 몸무게라는 '총량'만 보고, 그 안의 '구성 성분'은 보지 못하는 셈입니다.
그래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마른 비만(masked obesity, 숨겨진 비만)'입니다.
겉으로는 체중이 정상이거나 오히려 마른 편인데, 실제로는 근육량이 부족하고 체지방 비율은 높은 상태를 말합니다.
이런 분들은 체중계 숫자만 보면 안심하기 쉽지만, 몸 안에서는 이미 대사 건강에 좋지 않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InBody 770'이라는 체성분 분석기를 사용했습니다.
이 기기는 몸에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 지방과 근육, 수분이 전류를 통과시키는 정도가 다르다는 원리를 이용하는 생체전기저항분석(BIA) 방식으로, 다음 네 가지 핵심 지표를 측정합니다.
- 골격근량(SMM): 팔다리와 몸통을 움직이는 데 쓰이는 근육의 총량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지표입니다.
- 체지방률(PBF): 몸 전체 무게 중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 내장지방레벨(VFL): 피부 아래가 아니라 배 속 장기 주변에 쌓인 지방의 정도를 나타냅니다. 내장지방은 같은 양이라도 대사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체간지방률(PTF): 팔다리가 아니라 몸통(가슴·배·등) 부위에 쌓인 지방의 비율입니다.
즉, 이 연구는 "몸무게가 몇 kg이냐"가 아니라 "그 몸무게 안에 근육과 지방이 각각 얼마나, 어디에 들어 있느냐"를 들여다본 것입니다.
실제 수치로 본 노인 만성질환 – 고혈압 62.3%, 이상지질혈증 53.7%, 당뇨병 19.8%
그렇다면 실제로 이 324명의 노인들 중 몇 명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었을까요?
연구 결과는 생각보다 높은 수치를 보여줍니다.
전체 참여자 중 고혈압 62.3%, 이상지질혈증 53.7%, 당뇨병 19.8%가 해당 질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중국 전체 통계를 보면 60세 이상 인구가 이미 2억 9,700만 명을 넘어섰고, 고혈압 유병률이 전체 인구 기준 25.2%, 이상지질혈증이 10% 이상, 당뇨병이 9.7%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65세 이상만 따로 떼어서 본 이번 연구에서는 세 질환 모두 그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나타난 셈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질환의 비중이 함께 높아진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입니다.
그럼 이 질환들과 체성분 지표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었을까요?
연구팀은 여러 요인을 동시에 고려해서 어떤 지표가 각 질환과 독립적으로 관련이 있는지 분석하는 통계 방법(회귀분석)을 사용했습니다.
쉽게 말해, 나이나 다른 조건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비교했을 때도 특정 체성분 지표가 높거나 낮은 사람에게서 질환이 더 자주 나타나는지를 확인한 것입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고혈압: 체지방률(PBF)과 내장지방레벨(VFL)이 높을수록 고혈압이 있을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 이상지질혈증: 골격근량(SMM)이 적고 체지방률(PBF)이 높을수록 이상지질혈증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 당뇨병: 체지방률(PBF)이 높고, 골격근량(SMM)이 적으며, 체간지방률(PTF)이 높을수록 당뇨병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즉, 세 질환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체지방이 많을수록, 근육이 적을수록" 위험이 높아지는 패턴이 반복해서 확인된 것입니다.
특히 내장지방과 체간지방처럼 몸통 쪽에 쌓이는 지방이 단순한 전체 체지방률보다도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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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고령층, 위험 신호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연구는 한 단계 더 들어갑니다.
모든 사람에게 이 위험이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성별과 연령에 따라 패턴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먼저 체성분 자체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률(PBF)이 높고 골격근량(SMM)은 더 낮은 경향을 보였습니다.
또한 75세 이상 그룹은 65~74세 그룹보다 골격근량은 더 낮고 체지방률은 더 높았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여성일수록 근육은 줄고 지방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변화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체성분 차이가 질환과 연결되는 '강도'도 그룹마다 달랐다는 점입니다.
체지방이 과도하게 쌓였을 때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연관성은 여성에게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골격근량 부족이 이상지질혈증·당뇨병과 연결되는 연관성은 연령이 높은 그룹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다시 말해, 여성이라면 체지방 관리에, 고령일수록 근육량 유지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다른 연구들도 가리키는 방향 – 체지방·혈압 관리가 왜 중요할까
이런 결과가 하나의 연구에서만 나온 우연한 결과는 아닐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혈압과 관련된 다른 연구들을 살펴보면 비슷한 방향의 경고가 반복됩니다.
치매와 관련된 뇌 조직 연구들을 모아 살펴본 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고혈압이 있는 사람일수록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의 병리적 변화(단백질 축적 등)가 더 많이 관찰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아직 모든 연구가 일관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혈압 관리가 단순히 심장이나 혈관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라 뇌 건강과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또한 여러 약을 써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런 환자들이 비만, 당뇨병, 신장 기능 저하 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체지방·비만과 혈압, 혈당 문제가 서로 얽혀서 함께 악화되기 쉽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번 노인 체성분 연구에서 나타난 "체지방이 많고 근육이 적을수록 여러 만성질환이 동시에 따라올 위험이 높다"는 결과는, 다른 연구들이 가리키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무엇을 확인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면, 체중계 숫자나 BMI만으로는 우리 몸 안의 진짜 상태를 다 알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 체중이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그리고 그 지방이 몸의 어느 부위에 쌓여 있는지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체지방률과 내장지방레벨이 높을수록 고혈압 위험이, 골격근량이 적고 체지방률이 높을수록 이상지질혈증 위험이, 그리고 세 가지 지표가 함께 작용할수록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는 경향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이런 연관성은 여성과 고령층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는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건강검진을 받을 기회가 있다면 체중이나 BMI뿐 아니라 체성분 분석(생체전기저항분석, InBody 등)을 함께 받아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근육량을 유지하기 위한 꾸준한 움직임(걷기, 가벼운 근력 운동 등)과 복부·내장 지방을 줄이는 생활습관 관리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이번 연구가 간접적으로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특정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참고 정보이며, 실제 진단이나 치료, 운동·식이 계획은 반드시 의사나 전문의와 상담한 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체중계 숫자는 정상인데 혈압이나 혈당이 걱정되셨던 분이라면, 오늘 이야기가 그 궁금증을 조금은 풀어주었기를 바랍니다.
※ 본 글은 Europe PMC(PMCID: PMC13646107) 논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