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전단계, 안다고 다 막아지지 않는 이유
건강검진에서 "혈압이 높고, 허리둘레도 기준치를 넘었고, 혈당도 당뇨 전단계에 가깝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많은 분들이 이런 결과를 받으면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보고 "당뇨 전단계가 뭔지, 왜 위험한지"는 금방 알게 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는 것과 실제로 식습관을 바꾸고 운동을 시작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발표된 한 연구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고혈압이 있으면서 뱃살(복부비만)도 같이 있는, 당뇨병으로 넘어갈 위험이 특히 높은 성인 446명을 대상으로 "당뇨 전단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지식),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태도),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실천)"를 함께 조사한 것입니다.
왜 지식이 있어도 실천으로 잘 안 이어지는지, 그 사이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그리고 이 결과를 우리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짚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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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은 많이 알아도 실천은 따로 간다
이 연구는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고혈압과 복부비만을 함께 가진 성인 446명에게 설문을 돌려서 이루어졌습니다.
이런 식으로 지식(Knowledge), 태도(Attitude), 실천(Practice)을 각각 점수로 측정해서 서로 얼마나 관련이 있는지 보는 조사 방식을 흔히 'KAP 조사'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하면 "얼마나 아는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를 각각 시험 점수처럼 매겨서 비교해보는 방식입니다.
연구 결과, 참가자들의 평균 점수는 지식 8.90점(±2.14), 태도 37.31점(±3.68), 실천 10.75점(±2.38)이었습니다.
여기서 '±' 뒤에 붙은 숫자는 표준편차라고 부르는데, 사람들의 점수가 평균에서 얼마나 흩어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값입니다.
쉽게 말해 "평균은 이 정도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이 정도로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부분은 이 세 가지 점수가 서로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를 본 상관관계 분석입니다.
상관계수란 두 가지 수치가 서로 얼마나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1에서 1 사이의 숫자로 나타낸 것입니다.
1에 가까울수록 "하나가 오르면 다른 하나도 확실히 오른다"는 뜻이고, 0에 가까울수록 "둘은 거의 상관없이 따로 움직인다"는 뜻입니다.
이 연구에서 나온 상관계수는 지식-태도 0.160, 지식-실천 0.173, 태도-실천 0.146이었고,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p값이 0.002 이하)이었습니다.
p값은 "이 결과가 우연히 나왔을 가능성이 얼마나 낮은지"를 보여주는 숫자로, 보통 0.05보다 작으면 "우연이 아니라 실제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합니다.
즉 지식과 태도, 지식과 실천, 태도와 실천 사이에 우연이라고 보기 어려운 연관성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 연관성의 '세기' 자체는 0.2도 안 되는 약한 수준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많이 안다고 해서 반드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숫자로 확인된 셈입니다.
그 사이를 잇는 숨은 다리, '태도'
그렇다면 지식과 실천이 거의 무관한 걸까요?
연구팀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서 구조방정식모형(SEM)이라는 분석을 사용했습니다.
이 방법은 여러 요인들 사이의 관계를 화살표로 이어진 지도처럼 그려서, 한 요인이 다른 요인에 직접 영향을 주는지, 아니면 다른 요인을 거쳐서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지를 동시에 계산해주는 통계 기법입니다.
분석 결과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지식은 태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경로계수 β=0.160, p=0.012).
그리고 태도는 실천에 영향을 주었습니다(β=0.281, p=0.004).
여기서 β(베타)는 한 요인이 변할 때 다른 요인이 얼마나 함께 움직이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로, 0에 가까우면 영향이 거의 없고 숫자가 클수록 영향이 크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지식에서 실천으로 곧장 가는 직접 경로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었습니다(β=0.069, p=0.402).
p값이 0.402라는 것은 "이 정도 연관성은 우연히 나타났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뜻으로, 통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결과라는 의미입니다.
정리하면, 지식이 실천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길은 거의 없고, 대신 '태도'라는 다리를 건너야만 실천까지 도달한다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이 간접적인 경로(지식→태도→실천)의 전체 효과를 0.045로 계산했는데, 95% 신뢰구간은 0.016~0.091이었고(p=0.004)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신뢰구간이란 "진짜 값이 이 범위 안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한 범위를 말합니다.
즉 지식이 실천에 주는 영향은 크지는 않지만, 태도를 거쳐서 분명히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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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에 숨은 함정: 태도는 후하게, 실천은 부정확하게 측정됐다
이 연구가 솔직하게 밝힌 한계점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실천을 측정한 설문 항목들 중 두 개(P4, P6)는 실제로 거의 아무것도 측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분석에서 제외되었고, 핵심 실천 점수는 나머지 네 개 항목(P1, P2, P3, P5)으로만 계산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네 항목으로 측정한 실천 점수조차 '수렴타당도'가 약했습니다.
수렴타당도를 보는 지표인 AVE(평균분산추출)는 0.199, CR(합성신뢰도)은 0.464로 나왔는데, 보통 이 값들이 각각 0.5 이상일 때 "이 설문이 재고자 하는 개념을 일관되게 잘 측정했다"고 봅니다.
쉽게 비유하면, 같은 것을 측정하는 저울인데 눈금이 들쭉날쭉해서 완전히 믿기는 어려운 상태와 비슷합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태도 설문 응답에서 '천장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천장효과란 시험이 너무 쉬워서 대부분의 학생이 다 100점 가까이 받으면, 누가 정말 더 잘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 연구에서도 많은 참가자들이 태도 설문에 비슷하게 후한(긍정적인) 답을 하는 경향을 보여서, 사람들 사이의 실제 태도 차이를 세밀하게 구분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연구는 한 시점에 여러 사람을 동시에 조사한 횡단연구라는 점도 기억해야 합니다.
이는 마치 특정한 하루에 학교 전체 학생들의 키를 한 번에 측정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지식이 늘면 나중에 태도가 바뀌고 그 다음 실천이 바뀐다"처럼 시간에 따른 순서나 인과관계까지 확정해주지는 못합니다.
연구팀도 이 점을 분명히 밝히며, 더 정밀한 도구와 실제 혈당 측정을 포함한 장기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고혈압과 복부비만, 당뇨 전단계를 넘어 뇌 건강까지 흔든다
이번 연구가 고혈압과 복부비만을 함께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 조합이 단순히 당뇨병 위험만 높이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연구들을 보면, 고혈압은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의 중요한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5건의 부검 연구(참가자 5879명)를 종합한 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그중 4건(전체 참가자의 68%에 해당하는 3993명)에서 고혈압과 뇌 속 병리 변화 사이에 분명한 연관성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연구마다 방법이 크게 달라 결과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또한 고혈압 환자 중 10~15%는 세 가지 이상의 혈압약을 써도 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는 '치료저항성 고혈압' 상태에 놓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비만, 당뇨병, 좌심실비대, 신장 기능 저하 같은 문제를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즉, 이번 연구의 대상자였던 '고혈압+복부비만' 그룹은 단순히 당뇨 전단계 하나만 걱정할 상황이 아니라, 여러 만성질환이 동시에 쌓여갈 수 있는 고위험군이라는 점을 다른 연구들도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배경을 알면, 지식 전달만으로 끝나지 않고 실제 생활습관을 바꾸는 '실천'까지 이어지는 것이 왜 중요한지 더 분명해집니다.
그래서, 당뇨 전단계를 막으려면 무엇부터 바꿔야 할까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당뇨 전단계를 안다고 왜 다 막아지지 않는 걸까요?"
이번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그 답은 지식과 실천 사이에 있는 '태도'라는 다리였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는 행동이 바뀌기 어렵고, 그 정보가 "나에게 정말 중요한 문제"라는 마음가짐으로 연결되어야 비로소 실천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생활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참고할 만한 방향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건강 정보를 단순히 읽고 넘기지 말고, "이 문제가 지금 내 건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스스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당장 모든 습관을 바꾸려 하기보다, 식단이나 걷기 운동처럼 지속할 수 있는 작은 목표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고혈압과 복부비만을 함께 가진 경우라면 당뇨 전단계뿐 아니라 심혈관계·뇌 건강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으므로, 정기적인 혈당·혈압 검사를 챙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이 글에서 소개한 내용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이며, 실제 진단과 치료 방향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지식만으로는 부족하고, 태도의 변화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이번 연구의 결과는 당뇨 전단계를 걱정하는 많은 분들에게 실질적인 방향을 제시해줍니다.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왜 이것이 나에게 중요한지 스스로 느끼는 과정이 결국 꾸준한 실천으로 이어지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PubMed(PMID: 42856073) 논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