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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11-03

혈압 약 먹어도 혈관이 늙는 진짜 이유

작성: 인포웰즈 건강 편집팀 · 최신 수정일 2026-11-03

#혈관내피세포#대사재편#동맥경화#고혈압#심혈관질환
혈압 약 먹어도 혈관이 늙는 진짜 이유

혈압 조절은 잘 하고 있는데, 왜 혈관은 계속 나빠질까요?

혈압약을 꾸준히 챙겨 먹고, 숫자도 어느 정도 괜찮게 유지하고 있는데도 "혈관이 많이 굳었다", "동맥경화가 진행됐다"는 이야기를 듣는 경우가 있습니다.
숫자는 맞춰졌는데 왜 혈관은 계속 나이를 먹는 걸까요?

최근 심혈관 분야 학술지인 Reviews in Cardiovascular Medicine(2026년)에 실린 리뷰 논문은 이 질문에 대해 흥미로운 설명을 제시합니다.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자체보다 더 깊은 곳, 바로 혈관 안쪽을 덮고 있는 세포들이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 문제라는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 변화가 정확히 무엇이고, 왜 혈관을 상하게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실제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까지 차근차근 짚어드리겠습니다.

혈압 약 먹어도 혈관이 늙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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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 안쪽에서 매 순간 일어나는 일 - 내피세포의 역할

우리 몸의 혈관은 단순한 '파이프'가 아닙니다.
혈관 안쪽 면은 아주 얇은 세포층으로 덮여 있는데, 이를 혈관내피세포라고 부릅니다.
이 세포층은 건물의 방수막처럼 혈관벽을 보호하면서도, 꼭 필요한 물질만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문지기 역할을 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혈관내피세포는 크게 세 가지 중요한 일을 합니다.
첫째, 혈류를 조절합니다.
혈관을 적절히 넓히고 좁혀서 혈압과 혈액 흐름을 알맞게 유지하는데, 이때 핵심 역할을 하는 물질이 산화질소(NO)입니다.
산화질소는 혈관 벽의 긴장을 풀어주어 혈관을 넓혀주는 신호물질로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염증 반응을 조절합니다.
몸에 염증이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해 염증세포가 혈관벽에 붙고 들어오는 것을 조절합니다.
셋째, 혈관 장벽을 유지합니다.
혈액 속 물질이 혈관벽 안쪽으로 함부로 스며들지 못하게 막아주는 역할입니다.

이 세 가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상태를 '혈관 항상성'이라고 부르는데, 쉽게 말해 혈관이 스스로 균형을 잡고 건강하게 유지되는 상태를 뜻합니다.

혈관내피세포의 3가지 핵심 역할
혈관내피세포가 담당하는 세 가지 기능을 한눈에 정리했습니다.

고혈압이 바꾸는 혈관 세포의 연료 사용법

그런데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 같은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이 혈관내피세포 안에서 '대사재편'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대사재편이란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것을 뜻합니다.
비유하자면, 평소 밥(포도당)을 주로 에너지원으로 쓰던 사람이 환경이 바뀌면서 라면이나 빵 같은 다른 재료를 더 많이 쓰게 되는 것처럼, 세포도 에너지를 얻는 세 가지 경로, 즉 포도당을 빠르게 쪼개 에너지를 얻는 '해당과정(글리콜리시스)', 지방을 태워 에너지를 얻는 '지방산 산화', 단백질 구성 성분을 분해해 에너지나 재료로 쓰는 '아미노산 대사' 사이의 균형을 바꾸게 됩니다.

이렇게 연료 사용법이 바뀌면 그 과정에서 남는 부산물도 달라집니다.
논문은 특히 젖산(lactate)과 아세틸-CoA라는 물질이 늘어나는 점을 지적합니다.
자동차가 연료를 태우면 배기가스가 남는 것처럼, 세포도 에너지를 만들고 나면 이런 부산물이 남는데, 이 물질들이 단순히 쌓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를 켜고 끄는 스위치 같은 역할(이를 '에피제네틱 변화'라고 부르며, DNA 서열 자체는 바뀌지 않지만 어떤 유전자가 작동할지를 조절하는 변화입니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세포 간 신호 전달에도 관여해서 혈관 손상을 더 키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혈관세포 대사재편, 3가지 연료 경로
혈관내피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세 가지 경로의 균형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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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 사용법이 틀어지면 생기는 일들 - 염증에서 질환까지

연료 사용법의 균형이 깨지면 혈관내피세포는 점점 제 기능을 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를 '내피세포 기능장애'라고 부릅니다.
논문에서는 이 과정이 대략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합니다.

가장 먼저 혈관을 넓혀주는 산화질소(NO) 농도가 줄어듭니다.
혈관이 평소처럼 유연하게 넓어지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어서 염증 반응과 산화스트레스가 늘어납니다.
산화스트레스란 쇠가 공기 중 산소를 만나 서서히 녹이 스는 것처럼, 몸속에서 활성산소라는 물질이 지나치게 많아져 세포에 부담을 주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리고 혈관 장벽이 약해지면서, 마치 창문의 틈이 벌어진 것처럼 혈액 속 지방 성분이나 염증물질이 혈관벽 안쪽으로 스며들기 쉬워집니다.

이런 변화가 쌓이면서 결국 여러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논문은 설명합니다.
혈관 안쪽에 기름기와 염증세포가 쌓여 혈관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동맥경화, 심장 혈관이 막혀 심장 근육에 혈액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심근경색, 심장에서 나가는 큰 혈관 입구의 판막에 딱딱한 칼슘이 쌍이는 대동맥판막석회화, 그리고 대동맥 벽이 약해져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대동맥류까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는 이 질환들이 모두 혈관내피세포의 대사 변화라는 공통된 뿌리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혈관 대사 이상의 영향은 심장이나 큰 혈관에만 머물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고혈압과 알츠하이머병의 관계를 다룬 또 다른 연구(부검 자료 기반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고혈압이 있던 사람들의 뇌에서 알츠하이머병 특유의 병리 변화가 더 많이 관찰되는 경향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혈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 여파가 심장과 큰 혈관뿐 아니라 뇌혈관에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결과입니다.
또한 세 가지 이상의 혈압약을 써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이들이 비만, 당뇨, 콩팥 기능 저하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이는 혈압 수치 하나만 쫓아가는 관리로는 한계가 있고, 그 밑바탕에 있는 대사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이번 논문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내피세포 기능장애가 질환으로 이어지는 4단계
혈관 세포의 대사 변화가 실제 질환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줍니다.

혈관을 지키는 방법들 - 천연물질부터 신약까지

그렇다면 이렇게 틀어진 혈관 세포의 대사를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요?
논문은 현재 연구되고 있는 접근법들을 몇 갈래로 정리해서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천연물질입니다.
포도 등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 양파나 사과 같은 식물에 풍부한 퀘르세틴,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 같은 식물성 화합물이 산화질소 생성을 돕고 산화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전통 한약 처방입니다.
중국에서 쓰이는 치리치앙신, 통심락 같은 처방이 포도당과 지방 대사를 조절해서 미토콘드리아(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작은 기관) 기능 저하와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세 번째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합성 약물들입니다.
당뇨 치료에 흔히 쓰이는 메트포르민,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낮추는 SGLT2 억제제, 식욕 조절과 혈당 관리에 쓰이면서 최근 체중 관리 효과로도 주목받는 GLP-1 수용체 작용제, 그리고 I-152 같은 실험 단계의 약물들이 혈관의 대사 균형을 되돌려 내피세포 기능을 보호하는 효과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네 번째는 아직 연구 초기 단계이지만 미래가 기대되는 기술들입니다.
유전체, 단백체, 대사체 등 여러 '체' 정보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멀티오믹스 기술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혈관 대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개개인에게 맞춘 정밀 치료를 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포가 분비하는 작은 전달 주머니인 엑소좀을 이용한 약물 전달 방식이나 줄기세포 치료도 새로운 치료 수단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혈관 대사를 돕는 4가지 접근법
혈관내피세포 대사를 되돌리기 위해 연구되는 네 갈래의 접근법입니다.

결론: 혈압 수치보다 혈관 세포의 대사 환경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

처음 던졌던 질문, "혈압약을 먹어도 왜 혈관은 계속 나빠질까"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이번 논문이 전하는 메시지는, 혈압이나 혈당 수치라는 겉으로 드러난 결과만 쫓아가는 것으로는 혈관 건강을 온전히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수치들 뒤에서 혈관 안쪽 세포들이 에너지를 만들어 쓰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고, 바로 이 변화가 염증과 혈관 장벽 약화, 그리고 여러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지는 핵심 고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균형 잡힌 식사를 통해 과도한 혈당·혈압 부담을 줄이고, 꾸준한 운동으로 혈관 건강을 뒷받침하는 것은 여전히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방법입니다.
다만 레스베라트롤이나 커큐민 같은 성분, 또는 당뇨약으로 쓰이는 약물들이 혈관 대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고 해서, 이를 임의로 복용하거나 기존 치료를 중단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본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우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PubMed(PMID: 42859731) 논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결론: 혈압 수치보다 혈관 세포의 대사 환경을 함께 봐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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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

이 글은 학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건강 정보이며, 개인의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건강 상태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치료는 반드시 의사 등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문헌

· PMID 42859731

원문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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