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 모양이 다르면, 심장병 위험도 다르다?
똑같이 배가 좀 나온 체형이어도, 어떤 사람은 심장병 위험이 유독 높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최근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라는 대규모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 단순히 체중이나 허리둘레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혈당·중성지방 수치'와 '체형의 모양'을 함께 살펴봤을 때 심장병 위험을 훨씬 더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체형 지표가, 혈당 관련 수치와 만났을 때 얼마나 더 위험 신호를 잘 보여주는 걸까요?
그리고 나는 혹시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할 그룹에 속하지는 않을까요?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지부터, 나에게 실제로 해당될 수 있는 부분까지 하나씩 짚어드리겠습니다.
광고
중성지방과 혈당을 합친 'TyG 지수', 왜 심장병과 관련 있을까?
이 연구의 중심에는 'TyG 지수(중성지방-혈당 지수)'라는 수치가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공복 상태에서 측정한 중성지방 수치와 혈당 수치를 하나의 공식으로 합쳐서 계산하는 값입니다.
이 수치가 왜 중요할까요?
바로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상태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인슐린은 우리가 먹은 음식의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 에너지로 쓰게 해주는 호르몬인데요, 인슐린 저항성이란 이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는 문이 예전만큼 잘 열리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열쇠(인슐린)는 충분히 있는데 문이 뻑뻑해져서 잘 안 열리다 보니, 우리 몸은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밀어 넣기 위해 인슐린을 평소보다 더 많이 분비하게 되고, 이 과정이 오래 지속되면 혈관 벽에도 부담이 쌓여 심장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은 중성지방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서, 공복 혈당과 중성지방 두 가지만 알아도 인슐린 저항성 정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TyG 지수의 핵심 아이디어입니다.
복잡한 인슐린 검사 없이도 혈액검사에서 흔히 측정하는 두 수치만으로 계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건강검진에서 비교적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지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체형 지표와 합쳤더니... 숫자로 드러난 위험도 차이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TyG 지수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체형을 더 정밀하게 반영하는 여러 지표들과 결합해본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체형 지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ABSI(체형지수): 허리둘레를 키와 몸무게로 보정해, 같은 체중이라도 배에 지방이 얼마나 몰려 있는지를 더 정밀하게 보여주는 지표
- BRI(신체둥근지수): 허리둘레와 키를 이용해 몸이 얼마나 둥근 형태에 가까운지를 수치화한 지표
- VAI(내장지방지수), LAP(지방축적지수), CMI(심대사지수): 허리둘레, 중성지방, HDL(좋은 콜레스테롤) 등을 조합해 내장지방 축적 정도를 추정하는 지표들
이 미국 성인 19,822명(만 20세 이상)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TyG 지수와 이들 체형 지표를 결합한 'TyG-ABSI', 'TyG-BRI' 등의 지표가 모두 심장병 위험과 뚜렷한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TyG-ABSI는 오즈비(OR) 3.95(95% 신뢰구간 1.99~7.85)로 가장 강한 연관성을 나타냈고, TyG-BRI는 오즈비 2.10(95% 신뢰구간 1.55~2.85)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서 오즈비란, 어떤 위험 요인(여기서는 TyG-ABSI 수치가 높은 것)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질병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오즈비가 3.95라는 것은 단순히 비교하면 그 가능성이 약 4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95% 신뢰구간은 이 연구를 반복했을 때 결과값이 대체로 어느 범위 안에 들어올지를 보여주는데, 범위의 아래쪽 숫자(1.99 또는 1.55)가 1보다 크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연관성으로 받아들여진다는 뜻입니다.
더불어 연구팀은 '예측력'도 함께 평가했습니다.
ROC 곡선이라는 분석 방법을 통해 각 지표가 심장병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얼마나 잘 구분해내는지를 AUC라는 점수(0.5에 가까우면 거의 구분을 못 하는 것, 1에 가까울수록 잘 구분하는 것)로 나타냈는데, TyG-ABSI가 0.69로 다른 지표들보다 가장 높은 구분력을 보였습니다.
혈당이나 체형 중 하나만 보는 것보다, 두 가지를 함께 봤을 때 심장병 위험을 더 또렷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광고
유독 위험한 사람들이 따로 있었다 - 비선형 관계와 하위그룹 분석
이 연구에서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TyG-VAI와 TyG-CMI라는 두 지표는 심장병 위험과 '비선형 관계'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비선형 관계란 수치가 올라갈수록 위험도가 일정한 비율로 계속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구간까지는 완만하게 변하다가 특정 지점을 넘어서면 위험도가 더 가파르게 올라가거나, 혹은 그 반대의 양상을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즉 수치가 높아질수록 위험이 '똑같은 기울기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구간마다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한 연구팀은 전체 참가자를 나이, 비만 여부, 고혈압·당뇨병 동반 여부, 성별 등으로 나누어 그룹별로 연관성이 어떻게 다른지도 살펴봤습니다(이런 분석을 하위그룹 분석이라고 부릅니다).
그 결과, TyG 지수와 체형 지표의 결합이 심장병 위험을 예측하는 힘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특히 다음과 같은 그룹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습니다.
-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
- 비만인 사람
- 고혈압이 있는 사람
- 당뇨병이 있는 남성
즉, 이미 혈압이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상태이거나 체중 관리가 필요한 경우라면, TyG 지수와 체형 지표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심장병 위험을 가늠하는 데 더 의미 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혈압과 비만이 함께 있다면 더 조심해야 하는 이유
이번 연구에서 고혈압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TyG-체형 지표의 연관성이 더 강하게 나타난 것은, 다른 연구들에서 보고된 내용과도 맥락이 통합니다.
치료를 받아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의 특징을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이런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비만, 당뇨병, 그리고 오래된 고혈압 병력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비만과 혈당 문제, 고혈압이 서로 맞물려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인데, 이는 이번 연구에서 비만하고 고혈압이 있는 사람일수록 TyG 지수와 체형 지표를 함께 봤을 때 심장병 위험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결과와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물론 이번 NHANES 연구는 '횡단면 연구'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는 점도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횡단면 연구란 한 시점에 여러 사람의 자료를 모아 서로 다른 특성(여기서는 TyG-체형 지표 수치와 심장병 유무)이 함께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연구 방법입니다.
이런 방식은 "A와 B가 함께 나타난다"는 연관성을 보여주는 데는 유용하지만, "A가 B의 직접적인 원인이다"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즉 TyG-ABSI 수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심장병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며, 다만 그런 경향이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더 높다는 것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확인해봐야 할까?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똑같이 체형이 비슷해 보여도 심장병 위험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는, 단순히 체중계 숫자나 겉으로 보이는 체형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는 공복 혈당과 중성지방으로 계산하는 TyG 지수에, 허리둘레를 반영한 체형 지표(특히 ABSI와 BRI)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심장병 위험을 가늠하는 데 더 유용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비만이 있거나, 고혈압·당뇨병을 함께 진단받은 경우라면 이런 지표들의 의미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되었습니다.
건강검진에서 공복 혈당, 중성지방, 허리둘레, 키, 몸무게 수치를 받아보셨다면, 이 수치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마시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참고 자료로 눈여겨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글에서 소개한 TyG 지수나 체형 지표는 어디까지나 위험도를 가늠하는 참고 지표일 뿐, 그 자체로 질병을 진단하거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도구는 아닙니다.
실제 건강 상태에 대한 평가와 진단, 치료는 반드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PubMed(PMID: 42813578) 논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