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소금 섭취량을 스마트폰에 적기만 해도 혈압이 떨어질까요?
"짠 음식 줄이세요"라는 말, 병원에서 수없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막상 내가 하루에 소금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최근 이란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 스마트폰 앱으로 매일 혈압과 소금 섭취량을 기록하게 했더니 실제로 혈압에 변화가 생겼는지를 확인한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단순히 "기록하라"는 말만 들었을 때와, 진짜 앱에 매일 입력하면서 스스로 점검했을 때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혈압은 실제로 얼마나 떨어졌을까요?
그리고 병원 재입원처럼 더 중요한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을까요?
이 글에서는 그 과정을 하나씩, 쉽게 풀어서 살펴보겠습니다.
광고
왜 소금 섭취를 '기록'하는 것만으로 혈압에 영향을 줄까
이 연구는 이란 테헤란의 샤히드 모다레스 병원 고혈압 전문 클리닉에서 2024년 4월부터 2025년 9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의사에게 원발성 고혈압(다른 질환 없이 혈압 자체가 높은 상태)을 진단받은 성인 88명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무작위로 두 그룹에 나뉘었습니다.
44명은 평소처럼 병원 진료만 받았고(대조군), 나머지 44명은 평소 진료에 더해 '나막반(NamakBan)'이라는 안드로이드 앱을 함께 사용했습니다(중재군).
여기서 "무작위로 나눴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연구에서 매우 중요한 설계 방법입니다.
쉽게 말해 동전을 던져서 어느 그룹에 들어갈지 정하듯, 참가자의 의사나 연구자의 의도가 섞이지 않게 기계적으로 두 그룹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나이, 체중, 기존 혈압 수치 같은 조건이 두 그룹 사이에 고르게 섞여서, 나중에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때 그 차이가 '앱을 썼는지 안 썼는지' 때문이라고 더 믿을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이 연구에서도 두 그룹의 처음 조건(나이, 혈압 수준 등)은 비슷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앱은 단순히 혈압과 소금 섭취량을 입력하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혈압 측정값을 반복해서 스스로 기록하고, 그날 먹은 소금의 양을 적고, 복용한 약도 기록하며, 이 모든 기록을 PDF 파일로 뽑아 병원 진료 때 보여줄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즉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매일 눈으로 확인하게 만든 것입니다.
사람은 스스로의 행동을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부터 행동을 바꾸려는 동기가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연구는 바로 그 지점을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2개월 뒤, 혈압과 나트륨 섭취는 실제로 얼마나 달라졌나
연구팀은 시작 시점(baseline), 1개월 후, 2개월 후, 이렇게 세 번에 걸쳐 결과를 측정했습니다.
가장 중요하게 본 지표는 수축기 혈압(심장이 수축해서 혈액을 내보낼 때의 압력, 혈압 수치 중 앞쪽 큰 숫자)과 이완기 혈압(심장이 다시 늘어나며 쉴 때의 압력, 뒤쪽 작은 숫자)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앱을 사용한 중재군은 대조군에 비해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모두 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말은, 이 정도의 차이가 단순히 우연히 생겼을 가능성이 낮고, 실제로 앱 사용이라는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연구진은 이 변화가 '소박하지만(modest)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혈압이 극적으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꾸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개선되었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소금 섭취량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참가자가 스스로 보고한 하루 소금 섭취량이 중재군에서 대조군보다 더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 수치는 '자가보고(self-report)' 방식으로 측정되었다는 점을 알아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자가보고란 검사 기계가 아니라 참가자 본인이 "오늘 이 정도 먹었다"고 직접 적는 방식인데, 본인이 적는 만큼 실제보다 적게 적거나 기억을 정확히 못할 가능성이 함께 존재합니다.
연구진도 이 점을 분명한 한계로 언급했습니다.
광고
소변 검사와 재입원 기록까지 살펴보면 보이는 다른 그림
여기서 이 연구가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이 나옵니다.
연구팀은 참가자의 '말'뿐 아니라 '몸이 실제로 보여주는 증거'도 함께 확인했습니다.
바로 소변의 나트륨 대 칼륨 비율(Na+/K+ ratio)입니다.
짠 음식을 많이 먹을수록, 그리고 칼륨이 풍부한 채소나 과일을 적게 먹을수록 이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는, 비교적 객관적인 생체 지표입니다.
자가보고와 달리 본인이 의도적으로 좋게 보이려 해도 결과를 임의로 바꾸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뢰도가 높은 측정 방법으로 여겨집니다.
흥미롭게도, 중재군 내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소변 나트륨/칼륨 비율이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즉 앱을 쓴 사람들의 몸 안에서도 실제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는 신호입니다.
그런데 중재군과 대조군을 직접 비교했을 때는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앱의 효과가 전혀 없었다는 뜻이라기보다는, 88명이라는 비교적 적은 인원과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서는 그 차이를 통계적으로 확실하게 구분해내기 어려웠을 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병원 재입원 기록도 비슷한 패턴을 보였습니다.
중재군에서는 고혈압 관련 재입원이 한 건도 없었던 반면, 대조군에서는 4건의 재입원이 발생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꽤 의미 있는 차이처럼 보이지만, 이 역시 통계적으로는 유의한 차이로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재입원처럼 자주 일어나지 않는 사건은, 전체 인원이 적을 때는 몇 건의 차이만으로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리기가 통계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중재군에서 재입원이 아예 없었다는 사실 자체는,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연구로 확인해볼 가치가 충분한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소금 관리가 중요한 이유, 다른 연구들도 뒷받침합니다
이 연구의 결과는 혈압 관리 전반을 다룬 다른 연구들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항성 고혈압(약을 세 가지 이상 써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을 다룬 한 연구에서는, 전체 고혈압 환자 중 10~15% 정도가 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이들에게는 꾸준한 혈압 모니터링이 치료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즉 약을 처방받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혈압과 생활습관을 스스로 점검하는 과정이 고혈압 관리 전반에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막반 앱이 시도한 '매일 자가 기록'이라는 방식도 이런 큰 흐름과 맞닿아 있는 셈입니다.
또한 고혈압을 오래 방치했을 때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연구도 있습니다.
여러 부검 연구를 모아 분석한 한 체계적 문헌고찰(여러 개별 연구 결과를 모아 전체적인 경향을 정리하는 연구 방법)에서는, 고혈압이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뇌의 변화(단백질 덩어리인 플라크, 신경세포 안의 엉킴 등)와 연관될 수 있다는 결과가 다수 보고되었습니다.
혈압 하나를 관리하는 것이 단순히 '숫자를 낮추는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뇌 건강까지 지키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처럼 소금 섭취를 꾸준히 관리하려는 시도가 갖는 의미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혈압약과 함께 소금 체크 앱도 써야 할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소금 섭취량을 스마트폰에 적기만 해도 혈압이 떨어질까요?"에 대한 이 연구의 답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분명히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2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수축기·이완기 혈압과 자가보고 소금 섭취량은 앱을 쓴 그룹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더 좋아졌습니다.
다만 객관적인 생체 지표인 소변 나트륨/칼륨 비율과 재입원 건수에서는 그룹 간 차이가 통계적으로 확실하게 입증되지는 않았습니다.
이 연구는 참가자가 88명뿐이고 한 병원에서만 진행되었으며, 앱이 안드로이드에서만 사용 가능했고, 소금 섭취량 측정이 자가보고에 의존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결과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 혈압이나 짠 음식 섭취를 기록하는 습관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혈압 관리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혈압이 걱정되신다면, 당장 복잡한 앱이 없어도 다이어리나 메모 앱에 그날 먹은 음식과 혈압 수치를 간단히 적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혈압약을 임의로 줄이거나 끊는 것, 그리고 고혈압의 진단과 치료 방향은 반드시 담당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결정하셔야 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 본 글은 PubMed(PMID: 42836438) 논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