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휘청거리거나 넘어지신 적 있나요? 류마티스 관절염과 균형감각의 관계
"요즘 들어 유난히 몸이 휘청거린다", "별것 아닌 문턱에도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 —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계신 분들 중에 이런 경험을 하신 적 있으신가요?
관절이 아프고 뻣뻣한 것 말고도, 관절염이 우리 몸의 '균형을 잡는 능력'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브라질의 한 대학병원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101명과 건강한 성인 94명을 비교한 연구가 발표되었는데, 그 결과를 보면 왜 관절염이 있으신 분들이 유난히 잘 휘청거리고, 어떤 요인이 그 위험을 더 키우거나 줄이는지를 구체적인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부터, 나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까지 차례로 짚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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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감각은 왜 무너질까? 관절염이 몸의 '자세 유지 시스템'을 흔드는 이유
우리가 가만히 서 있거나 걸을 때, 사실 몸은 끊임없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넘어지지 않는 이유는, 발바닥·관절·근육에 있는 감각 센서들이 "지금 내 몸이 어느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지"를 실시간으로 뇌에 알려주고, 뇌가 그 정보를 바탕으로 즉각 근육에 "힘을 더 줘라" 혹은 "반대 방향으로 기울여라" 같은 지시를 내리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관절과 근육의 위치·각도를 스스로 느끼는 감각을 고유감각이라고 부릅니다.
눈을 감고도 자기 손가락이 어디쯔 있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이 고유감각 덕분입니다.
이 연구에서는 이런 균형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버그 균형 척도(Berg Balance Scale, BBS) 라는 검사를 사용했습니다.
의자에서 일어서기, 눈을 감고 서 있기, 몸을 돌려보기 등 14가지 동작을 수행하게 하고, 각 동작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해내는지 0~4점으로 채점해서 최대 56점까지 점수를 매기는 방식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 점수가 45점 미만이면 낙상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40점 미만이면 거의 확실하게 낙상 위험이 있는 상태로 해석됩니다.
연구진은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으면 이 균형 능력이 여러 경로로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 관절 변형과 고유감각 저하: 발과 다리 관절에 변형이 생기면, 위치·각도를 알려주는 감각 신호 자체가 둔해질 수 있습니다.
- 근력 약화: 전신 근력, 특히 손의 힘(악력)이 떨어지면 몸의 중심을 잡는 힘도 함께 약해집니다.
- 관절 가동범위 제한: 관절이 뻣뻣해지면 몸이 기울어질 때 재빨리 자세를 바로잡는 반응이 늦어질 수 있습니다.
- 중추신경계 영향: 일부 환자에서는 신경계까지 영향을 받아 균형 조절 신호 자체가 교란될 수 있다고 보고됩니다.
실제로 얼마나 더 잘 넘어질까? 수치로 확인한 차이
이 연구는 환자-대조군 연구, 즉 질환이 있는 집단(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101명)과 질환이 없는 집단(건강한 성인 94명)을 같은 시기, 같은 방식으로 비교해서 차이를 찾아내는 연구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군은 대조군보다 균형 점수(BBS)가 통계적으로 뚜렷하게 낮았습니다(p<0.0001).
여기서 p값이란 이 차이가 단순히 우연히 생긴 것일 가능성을 나타내는 수치인데, 0.0001이라는 극히 작은 값은 "이 차이가 우연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낙상 경험 자체도 차이가 컸습니다.
연구진은 오즈비(OR) 라는 지표로 이를 나타냈는데, 오즈비란 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특정 사건(여기서는 낙상)을 겪을 가능성이 몇 배나 더 높은지를 보여주는 통계 지표입니다.
이 연구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군의 낙상 오즈비는 6.2(95% 신뢰구간 1.48~28.2)로 나타났습니다.
쉽게 말해 대조군에 비해 넘어질 가능성이 약 6배 이상 높았다는 뜻입니다.
(다만 95% 신뢰구간이 1.48부터 28.2까지로 상당히 넓은 편인데, 이는 연구에 포함된 인원이 비교적 적어서 추정치의 오차 범위가 크게 나타난 것으로, 더 많은 인원을 대상으로 한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존에 발표된 다른 연구들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연구를 한꺼번에 모아 종합 분석하는 방법인 메타분석에서는, 34개 연구·2만 4,123명을 종합한 결과 1년 내 한 번 이상 낙상을 경험한 비율이 34%(95% 신뢰구간 29~38%), 반복적으로 낙상을 경험한 비율이 16%(95% 신뢰구간 12~20%)로 나타났습니다.
또 다른 4,996명 규모의 연구에서는 6개월 사이 낙상을 경험한 비율이 10.1%, 여러 번 낙상한 비율이 2.2%, "넘어질까 봐 두렵다"는 불안감을 느낀 비율이 19.2%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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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넘어지기 쉬운지, 그 이유를 들여다보면 - 독립적으로 영향을 미친 요인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깁니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걸까요, 근력이 약해서일까요, 아니면 먹는 약 때문일까요?
연구진은 먼저 단변량 분석, 즉 한 가지 요인씩 따로 떼어서 균형 점수와의 관계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나이(p<0.0001), 악력(p=0.002), 고혈압(p=0.02), 흡연 경험(p=0.0008), 항말라리아제 사용(p=0.02), 메토트렉세이트 사용(p=0.007)이 모두 균형 점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이 여섯 가지 요인은 서로 얽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많을수록 악력도 약하고, 흡연 기간도 길고, 약 복용 기간도 긴 경우가 많겠죠.
그래서 연구진은 다변량 분석이라는 방법으로 이 요인들을 동시에 고려해서, "진짜로 독립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만 가려냈습니다.
비유하자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같은 줄을 당기고 있을 때 실제로 줄을 움직인 '진범'이 누구인지 가려내는 작업과 비슷합니다.
그 결과, 최종적으로 균형 점수와 독립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확인된 요인은 세 가지로 좁혀졌습니다.
- 항말라리아제 사용: 균형 점수에 평균 2.75점 낮아지는 것과 관련(β=-2.75, 95% 신뢰구간 -5.12~-0.38, p=0.02)
- 악력: 악력이 강할수록 균형 점수도 함께 높아지는 경향(β=0.09, 95% 신뢰구간 0.01~0.17, p=0.01)
- 흡연 노출: 균형 점수 평균 1.90점 낮아지는 것과 관련(β=-1.90, 95% 신뢰구간 -3.20~-0.62, p=0.004)
여기서 β(베타) 값은 그 요인이 한 단위 변화할 때 균형 점수가 평균적으로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주목할 점은, 단변량 분석에서는 유의했던 고혈압과 메토트렉세이트 사용이 다변량 분석에서는 독립적인 요인으로 남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고혈압이나 메토트렉세이트 자체가 직접 균형을 나쁘게 만든다기보다, 나이나 다른 요인과 함께 묻어 나온 결과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다만 항말라리아제 사용과 균형 저하의 관계는 아직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 않아, 연구진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른 연구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 교차 검증
이 연구 결과는 다른 연구들에서 보고된 내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먼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염증 때문에 뼈를 흡수하는 세포(파골세포)가 활성화되고, 치료에 널리 쓰이는 스테로이드제(글루코코르티코이드)도 골다공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일본에서 2011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추적 연구에서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척추·비척추 골절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앞서 소개한 4,996명 연구에서는 낙상을 경험한 환자군의 골절 비율이 14.7%로, 낙상을 경험하지 않은 환자군(1.1%)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균형이 무너져 넘어지는 일이 단순한 '휘청임'에 그치지 않고 실제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단변량 분석 단계에서 고혈압이 균형 점수와 관련이 있었던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비록 다변량 분석에서는 독립적인 요인으로 남지 않았지만, 다른 연구들에서도 고혈압이 전반적인 신체·신경계 건강과 관련이 있다는 보고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항성 고혈압(여러 약을 써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상태)을 다룬 연구에서는 이런 환자들이 당뇨나 신장 기능 저하 등 다른 건강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되었으며, 고혈압과 뇌의 신경병리학적 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검토한 연구에서도 고혈압이 뇌와 신경계 기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런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고혈압이 균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계나 혈류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은 앞으로 더 살펴볼 만한 주제로 보입니다.
그래서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휘청임을 줄이는 현실적 방법
처음에 던졌던 질문, "왜 관절염이 있으면 유난히 잘 휘청거릴까"로 다시 돌아가 보면, 이번 연구는 그 답을 꽤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주었습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는 경우 건강한 사람보다 낙상 가능성이 약 6배 높았고, 그 배경에는 관절 변형으로 인한 고유감각 저하, 근력 약화, 관절 가동범위 제한 같은 여러 요인이 겹쳐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요인을 함께 따져본 결과, 악력(근력)이 강할수록 균형이 좋아지고, 흡연은 균형을 더 나쁘게 만들며, 항말라리아제 사용은 균형 저하와 관련이 있다는 점이 독립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여기서 독자분들이 실생활에서 적용해 볼 수 있는 부분은 분명합니다.
- 근력 운동: 악력을 포함한 전신 근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균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가 이번 연구에서도 확인되었습니다.
- 금연: 흡연이 균형 점수를 낮추는 것과 독립적으로 관련이 있었던 만큼, 금연은 관절염 관리뿐 아니라 균형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 정기적인 균형 평가: 특히 관절 변형이 있거나 낙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면, 병원에서 균형 능력을 한 번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약물 관련 상담: 항말라리아제를 복용 중이라면, 이는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에 중요한 약물이므로 임의로 중단하지 마시고, 균형감이 걱정된다면 담당 전문의와 약물 조정이나 균형 재활 운동에 대해 상담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이 글에서 다룬 내용은 한 연구의 결과이며, 개인의 증상과 상태에 따라 원인과 대처 방법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균형감각 저하나 낙상이 걱정되신다면 반드시 류마티스내과 전문의와 상담하여 정확한 진단과 맞춤 관리 방법을 찾으시길 권합니다.
※ 본 글은 Europe PMC(PMCID: PMC13649233) 논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