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을 먹어도 잘 안 잡힌다면, 놓치고 있는 게 있을지도 모릅니다
집에서 혈압을 잴 때마다 "그래도 소금을 꽤 줄였는데 왜 여전히 높지?"라는 생각이 든 적 있으신가요? 흔히 혈압 관리라고 하면 짠 음식을 피하는 것부터 떠올리지만, 최근 나이지리아의학저널에 발표된 심혈관 영양소 종합 리뷰 논문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혈압에 진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나트륨(소금) 하나만의 양이 아니라, 나트륨과 칼륨이라는 두 미네랄 사이의 '균형'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균형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잡아야 하고,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그 답을, 오늘 저녁 식탁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구체적으로 짚어드리겠습니다.
나트륨과 칼륨, 혈압을 결정하는 숨은 저울
우리 몸의 혈관은 물이 흐르는 호스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나트륨은 이 호스 안에 물을 붙잡아두는 성질이 있어서,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혈관 속을 흐르는 혈액의 양(혈액량)이 늘어나고, 그만큼 혈관 벽에 가해지는 압력, 즉 혈압이 올라가기 쉬워집니다. 반대로 칼륨은 콩팥(신장)이 여분의 나트륨을 소변으로 내보내도록 돕고, 동시에 혈관 벽의 근육을 살짝 이완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나트륨이 물을 붙잡아 압력을 높이는 쪽이라면, 칼륨은 그 물을 다시 내보내고 압력을 낮추는 쪽인 셈입니다.
이 논문은 1928년 처음 제기된 이후 INTERSALT 같은 여러 대규모 연구에서 반복 확인된 사실 하나를 강조합니다. 바로 나트륨 섭취량 자체보다, 나트륨과 칼륨을 얼마나 균형 있게 먹느냐가 혈압에 더 결정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싱겁게 먹기"만큼이나 "칼륨이 풍부한 음식을 함께 늘리기"가 중요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마그네슘과 칼슘 같은 다른 미네랄도 혈압에 영향을 미치는데, 아래 표로 한눈에 정리해보겠습니다.
칼륨, 얼마나 먹어야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면 칼륨을 어느 정도 먹어야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길까요?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의학한림원(IOM)은 성인 기준 하루 3,500~4,700mg의 칼륨 섭취를 권장합니다. 이 논문이 인용한 연구들을 보면, 칼륨 섭취량이 늘어날수록 혈압이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나다가 하루 약 4,700mg(120mmol) 지점을 넘어서면 그 이상 늘려도 효과가 더 커지지 않고 비슷한 수준에서 멈추는 '포화' 현상이 확인됐습니다. 즉 무작정 많이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 부족한 상태에서 권장량까지 채우는 구간에서 가장 큰 이득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효과의 크기도 작지 않습니다. 이 논문이 인용한 두 건의 메타분석(여러 개별 연구 결과를 통계적으로 한데 모아 다시 계산해, 더 믿을 만한 하나의 결론을 뽑아내는 분석 방법입니다. 여러 반의 시험 점수를 각각 보는 대신 학년 전체 평균을 내서 전체 경향을 파악하는 것과 비슷합니다)에 따르면, 칼륨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뇌졸중 위험이 평균 24% 낮았습니다. 반대로 심부전 환자에게서 칼륨이 부족해지는 저칼륨혈증이 나타나면, 부정맥과 급사 위험까지 높아진다는 점도 함께 보고됐습니다.
2만 명이 참여한 실제 실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론과 소규모 연구만으로는 못 미더울 수 있으니, 실제 대규모 실험 결과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한 대규모 연구는 중국 농촌 지역 600개 마을, 총 20,99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참가자들은 평균 65세였고 대부분 고혈압이나 뇌졸중 병력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연구진은 마을을 무작위로(동전 던지기처럼 우연에 맡겨서)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일반 소금(나트륨 100%)을, 다른 한쪽은 나트륨 75%에 칼륨 25%를 섞은 '저나트륨-고칼륨 소금'을 그대로 대체해서 쓰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참가자를 우연에 맡겨 두 그룹으로 나누는 방식은, 결과가 정말 그 방법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인 때문인지를 가려낼 수 있어 신뢰도가 가장 높은 연구 방법으로 꼽힙니다.
평균 4년 9개월을 지켜본 결과, 저나트륨-고칼륨 소금을 쓴 그룹은 일반 소금을 쓴 그룹보다 뇌졸중 발생이 14% 낮았고, 심근경색·심부전 등 주요 심혈관 사건은 13%,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은 12% 낮게 나타났습니다. 한편 걱정할 만한 부작용, 즉 칼륨이 너무 많아져 생기는 고칼륨혈증(혈액 속 칼륨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심장 박동에 이상을 줄 수 있는 상태)의 발생률은 두 그룹 사이에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앞서 살펴본 리뷰 논문의 메커니즘 설명과 이 대규모 실험의 실제 결과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는 신뢰도를 더해줍니다.
그래서, 오늘 식탁에서 무엇을 바꾸면 될까요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정리하면, 혈압 관리의 핵심은 "소금을 얼마나 줄였는가" 하나가 아니라 "나트륨과 칼륨을 얼마나 균형 있게 먹었는가"에 가깝습니다. 짠 음식을 줄이는 노력과 함께, 바나나·시금치·고구마·콩류·토마토처럼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식단에 늘리는 것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저나트륨 소금(나트륨 일부를 칼륨으로 대체한 제품)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논문과 대규모 실험 모두 공통으로 짚은 주의사항이 있습니다. 콩팥 기능이 좋지 않은 분, 또는 혈압약 중에서도 ACE억제제·ARB·스피로놀락톤 계열 약을 복용 중인 분은 칼륨을 임의로 늘리면 오히려 고칼륨혈증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습관을 크게 바꾸기 전에는 반드시 담당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마그네슘이나 칼슘 같은 다른 미네랄, 비타민D 역시 혈압과 관련이 있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지만, 특정 영양소를 임의로 고용량 보충하기보다는 균형 잡힌 식사를 우선하고 개인의 건강 상태에 맞는 조정은 전문의와 함께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음번 혈압을 잴 때는, 소금통 옆에 바나나 한 개를 놓아보는 것으로 오늘 이야기를 실천에 옮길 수 있습니다.
※ 본 글은 Europe PMC(PMCID: PMC13583631)에 게재된 논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나트륨·칼륨 섭취 조정이 필요한 경우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