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도 BMI도 비슷한데, 왜 한쪽만 "인슐린저항성"일까?
건강검진을 받다 보면 이런 경우를 종종 봅니다.
키도 몸무게도 비슷하고, 체질량지수(BMI,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비만 판정 지표)도 거의 같은 두 사람인데, 한 사람은 "인슐린저항성이 있습니다"라는 말을 듣고 다른 사람은 정상 판정을 받는 경우 말입니다.
인슐린저항성이란 쉽게 말해, 혈액 속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넣어주는 '열쇠' 역할을 하는 인슐린이 있어도, 그 열쇠가 문에 잘 맞지 않아 문이 잘 열리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문이 잘 안 열리니 우리 몸은 인슐린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하고, 이 상태가 오래가면 당뇨병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겉보기 체격이 비슷한데도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근 한국인 성인 1만 4,64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국내 연구에서, 그 답의 실마리 하나가 바로 '근육량'에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근육이 많으면 좋다"는 수준이 아니라, 체격을 어떻게 고려하느냐에 따라 결과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흥미로운 내용이었습니다.
이 연구가 실제로 무엇을 발견했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 일상에 어떤 의미를 주는지 차근차근 짚어드리겠습니다.
근육은 우리 몸에서 어떻게 혈당을 조절할까요?
먼저 근육과 혈당의 관계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탄수화물이 소화되어 포도당이 되고, 이 포도당은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돕니다.
이때 혈액 속 포도당을 가장 많이 가져다 쓰는 조직 중 하나가 바로 팔다리의 골격근입니다.
근육을 포도당을 받아들이는 '저장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근육량이 넉넉한 사람은 식사 후 혈당이 오를 때 이 포도당을 빠르게 흡수해서 에너지로 쓰거나 글리코겐이라는 형태로 저장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저장 공간, 즉 근육이 부족하면 같은 양의 포도당도 처리하기 버거워지고, 우리 몸은 인슐린을 더 많이 분비해서라도 어떻게든 포도당을 처리하려고 애쓰게 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인슐린저항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주목한 배경입니다.
체격을 고려하면 결과가 완전히 뒤집힙니다
여기서 연구팀이 던진 질문이 흥미롭습니다.
"근육량이 많은 사람이 정말 인슐린저항성이 낮을까?"를 확인하려고 단순히 팔다리 근육량(사지근육량)을 재서 비교했더니, 오히려 근육량이 많을수록 인슐린저항성 지표(HOMA-IR, 공복 혈당과 인슐린 수치를 이용해 계산하는 인슐린저항성 정도)가 높게 나오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몸집이 큰 사람은 원래 근육의 절대적인 양 자체도 많고, 동시에 체지방도 많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즉 근육량의 절대치만 보면 몸집 큰 사람이 유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사람의 체지방이 인슐린저항성을 같이 끌어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체격을 감안했을 때, 이 사람이 또래·같은 성별·같은 BMI를 가진 사람들의 평균보다 근육이 더 많은지 적은지'를 따로 계산했습니다.
이를 위해 회귀분석이라는 통계 기법을 사용했는데, 회귀분석은 예를 들어 키와 몸무게처럼 두 항목 사이의 평균적인 관계선을 그려주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그 평균선에서 개개인이 위로 벗어나 있는지 아래로 벗어나 있는지를 계산한 값을 '잔여(residual)'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나이, 성별, BMI를 기준으로 한 평균선 대비 '남들보다 근육이 더 많은 정도'를 계산한 값이 바로 이 연구의 핵심 지표인 '잔여 사지근육량'입니다.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 체격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비교에서는 근육량이 많을수록 인슐린저항성 지표가 오히려 높아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회귀계수 β=0.041, 95% 신뢰구간 0.030~0.052).
- 하지만 나이, 성별, BMI를 고려한 '체격 대비 근육량'으로 다시 계산하자 결과가 완전히 반대로 뒤집혔습니다.
체격에 비해 근육이 많을수록 인슐린저항성 지표가 오히려 낮아진 것입니다(β=-0.060, 95% 신뢰구간 -0.070~-0.049).
- 여기에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만성콩팥병, 흡연 여부, 지방간 정도까지 추가로 고려해도 이 관계는 여전히 유의미하게 남아있었습니다(β=-0.043, 95% 신뢰구간 -0.053~-0.033).
여기서 잠깐, 95% 신뢰구간과 P값이라는 표현이 낯설게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신뢰구간은 "이 값이 이 범위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통계적 추정 범위이고, 이 논문에서 제시된 P<0.001이라는 표현은 이런 결과가 순전히 우연히 나타났을 확률이 1000분의 1보다도 낮다는 뜻으로, 통계적으로 신뢰할 만한 결과라는 것을 나타냅니다.
즉 이 결과가 우연이 아니라 실제 경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비만 여부에 따라 근육의 힘이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이 관계가 비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에서 똑같이 나타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비만 여부에 따라 근육의 보호 효과 크기가 다르게 나타났고(상호작용 검정 P=0.007), 특히 비만이 없는 성인에서 그 효과가 더 뚜렷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미 비만이 있는 사람보다, 비만은 아니지만 체격에 비해 근육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근육량의 차이가 인슐린저항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이는 "나는 뚱뚱하지 않으니 괜찮다"고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마른 듯 보여도 근육이 부족하면 대사 건강에 불리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연구팀은 대사증후군이라는 좀 더 넓은 기준으로도 이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대사증후군은 고혈압, 공복혈당 상승, 복부비만, 중성지방 상승, 좋은 콜레스테롤(HDL) 저하 중 여러 가지가 한 사람에게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를 말하며, 심장병이나 당뇨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분석 결과, 체격 대비 근육량이 많을수록 대사증후군이 있을 위험이 유의미하게 낮았습니다(오즈비 0.86, 95% 신뢰구간 0.81~0.92).
오즈비란 어떤 상태가 생길 가능성을 두 집단 간에 비교한 값으로, 1보다 작으면 위험이 그만큼 낮다는 뜻입니다.
오즈비 0.86은 대략 14% 정도 위험이 낮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른 연구들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인슐린저항성과 대사증후군이었지만, 대사증후군의 구성요소 중 하나가 바로 고혈압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실제로 고혈압은 인슐린저항성과 자주 함께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약을 세 가지 이상 써도 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는 '저항성 고혈압' 환자들을 살펴본 다른 연구에서는, 이들이 비만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 이상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습니다.
물론 이 두 연구가 근육량과 고혈압을 직접 연결해서 살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육량 부족이 곧바로 고혈압을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근육량 부족, 인슐린저항성, 대사증후군, 고혈압이 서로 맞물려 나타나는 경향이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다는 점은, 체격에 맞는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이 대사 건강 전반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해 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몸무게도 BMI도 비슷한 두 사람 중 한 사람만 인슐린저항성 소견을 보이는 이유, 그 답의 일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체격 대비 근육량'의 차이에 있었습니다.
단순히 체중계 숫자나 BMI만으로는 알 수 없는, 같은 몸무게 안에서도 근육과 지방의 비율이 사람마다 다르고, 그 차이가 혈당을 다루는 우리 몸의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가 보여준 내용입니다.
특히 비만이 아니더라도 근육량 관리가 중요하다는 점, 그리고 근육량이 인슐린저항성뿐 아니라 대사증후군 위험과도 관련이 있다는 점은 실생활에 적용해볼 만한 시사점을 줍니다.
팔다리 근육을 유지하고 늘리는 데 도움이 되는 저항운동(스쿼트, 밴드운동, 아령운동 등 근육에 부하를 주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 그리고 단순히 체중 감량에만 집중하기보다 근육량을 함께 챙기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연구는 한 시점의 자료를 분석한 관찰연구이기 때문에, 근육량을 늘리면 인슐린저항성이 반드시 좋아진다는 인과관계까지 증명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본인의 인슐린저항성이나 대사증후군 여부, 그리고 근육량 상태가 궁금하시다면 자가 판단보다는 반드시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전문의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 본 글은 PubMed(PMID: 42800613) 논문을 근거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을 대체하지 않습니다.